“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결국 또 자영업자 몫?”

by 아임팩트발행인 · 2025년 05월 08일

혼란 속에 떠넘겨진 책임,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 시행에 현장은 ‘멘붕’

서울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50대 김 모 씨는 최근 가게에서 사용 중인 키오스크를 ‘배리어프리’ 제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알아보다 큰 혼란을 겪었다.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문의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에, 장애인단체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화하라고만 한다”며 “제도에 맞춰 설치하려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법’을 통해 장애인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정작 시행 초기부터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해당 법은 50㎡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키오스크를 설치할 경우, 반드시 배리어프리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내년 1월 28일부터는 3년 유예기간이 끝나며 전체 적용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불이행 시에는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까지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 사전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품 종류나 가격, 지원 제도 등 필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자영업자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 추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고, 기존 키오스크를 사용 중이던 사업자들에 대한 교체 비용 지원도 미비하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수백만 원대 교체 비용이 큰 부담이다. 정부는 최대 300만 원까지 보조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신청 가능한 제한적인 지원이며 절차 또한 까다롭다. 더욱이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중 어떤 것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괜히 샀다가 또 교체해야 할까 걱정”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장애인 접근성 보장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포-처벌’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권리 확대가 아니라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사업자 대상 교육, 통합 플랫폼 제공, 명확한 제품 인증 제도 마련 등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포용’이라는 이름 아래 자영업자에게만 짐을 지우는 행정은 결국 사회적 갈등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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