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역설…장애인 위한 법이 자영업자에겐 ‘벌금 폭탄’

by 아임팩트발행인 · 2025년 05월 08일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이, 정작 사회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키오스크 설치 시 ‘배리어프리’ 기능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법 취지는 선의였으나, 결과는 역설적이다. 과잉 입법과 현실을 외면한 규제는 현장에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

2021년 6월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사업장에도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의무화했다. 특히 2025년부터는 관광업체와 상시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2026년 1월 이후엔 심지어 소규모 민간업체까지 해당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사실상 전국 모든 키오스크에 대해 교체 또는 추가 설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장애인 접근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영세 상인의 현실은 철저히 무시했다.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드는 키오스크 교체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정부 인증 제품을 설치하면 보조금 지급 가능’이라며 예산 지원을 강조하지만, 현재 인증된 제품은 고작 네 가지에 불과하며, 실제 신청 절차나 지원 규모는 미비하다. 지원은 구호에 그치고, 처벌만 앞세운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도 완전한 배리어프리 구현은 요원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지체장애인을 위한 높이 조절 기능,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안내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제품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국 과태료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보여주기식’ 설치만 양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애인의 권리 보호는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또 다른 약자인 자영업자에게 모든 책임과 부담을 전가하는 식의 입법은 정의롭지 않다. 정부는 당장 규제 일정을 재검토하고, 기술 지원과 예산 확대, 자영업자 대상 유예조치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배리어프리’란 이름 아래 새로운 장벽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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